[2017년 3월 30일 한겨례신문]상담실에 반비례하는 학폭”…현실은 10곳 중 6곳만

작성자
온맘아이
작성일
2017-04-15 09:15
조회
785
강동구 천일중학교는 2011년 전일제 상담사가 배치됐다. ‘좋은 중학교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구가 직접 상담사를 선발해 파견한 결과, 첫해에만 1510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같은 해 전국 평균 횟수보다 7배쯤 많은 결과다.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 열리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역시 10분의 1로 줄었다. 이처럼 학교 안 상담의 중요성은 물론 수요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전체 학교 상담사 배치에는 소극적이다. 오히려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등 사회적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보여주기식 공약만 내세운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2011년 4월 교육지원 기본계획에서 20억9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상담사가 없는 279개 중·고교에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입시 스트레스 관련 상담을 맡을 전문 심리상담사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 대구의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한 사건이 알려지자, 서울시는 지역 내 377개 전체 중학교에 전문 심리상담사를 배치하겠고 나섰다. 다음 해인 2012년 서울시 교육예산이 예년보다 87%나 늘어났다. 그러나 예산의 3분의 2인 1028억원이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과 저소득층 무상급식 확대 지원을 위해 쓰이고, 상담사 배치에는 제대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2017년 현재 서울 1303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상담 인력이 있는 학교는 763곳으로 배치율은 58.6%이다. 학교 안에 상담실이 있는 곳은 803개교에 그치며 이 가운데 40곳은 상담 인력 없이 공간만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중학교의 경우 서울시가 먼저 상담 인력 배치에 나선 결과, 3월 현재 약 94% 학교에 상담 인력이 배치됐다. 그러나 나머지 30여 개 학교는 배치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학교 상담은 전문 상담교사와 전문 상담사가 담당한다. 전문 상담교사는 교육부가 임명하는 임용교사로, 서울시 전문 상담교사는 총 155명이다. 전문 상담사의 경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채용된 교육청 교육공무직으로, 상담 관련 전문 자격증을 가진 상담사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소속으로 357명이 학교 안에서 학생들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사립학교가 자체 채용하는 인력까지 포함하면 총 657명의 상담 인력이 1300여 개 학교 상담을 맡고 있다. 한 학교에 한 명의 상담사가 있다고 가정해도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며, 나머지 학교에는 전문 상담 인력이 아예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교육청은 357명의 전문 상담사를 운영하는 데 한 해에 87억을 쏟고 있다. 때문에 2011년 서울시가 20억의 예산을 들여 377개 중학교 전체에 상담 인력을 배치하겠다던 계획 자체가 정확한 예산 파악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1300개 모든 학교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상담 인력을 배치하려면 연 300억원 정도의 고정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상담교사나 전문 상담사 정원을 늘리는 일도 쉽지 않다. 교사의 경우 행정자치부 등 정부부처 협의로 정원이 결정되는데, 2017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통해 신규 채용된 전문 상담교사는 12명이다. 이 가운데 9명만 학교에 배치되고 3명은 지역센터에 배치됐다. 해마다 10명 남짓 느는 전문 상담교사 인력으로는 상담교사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

전문 상담사 역시 당분간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밝혔다. 전문 상담사가 교육공무직으로서 공무직원 총인원에 포함되므로 전체 공무직원 인원이 늘지 않는 한 전문 상담사 인력만 확충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전문 상담사와 전문 상담교사 확충 모두 예산과 정원의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치구가 자체 예산을 편성해 학교 상담 지원에 나섰다. 강동구는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역 학교에 배치했고, 관악구 역시 2014년 ‘행복이 넘치는 상담실’이라는 이름으로 초·중학교 전문 상담사 배치를 추진하며 지난해까지 18개 초·중학교로 확대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상담에 참여한 1100여 명의 학생 중 559명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50%), 484명이 ‘도움이 되었다’(44%)고 응답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으나 예산 문제로 멈춘 것이다. 강동구는 구가 자체적으로 상담사를 뽑아 교육·운영을 하는 데 견줘 관악구는 위탁 형태로 운영해 고정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관계자들은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상담 인력 확보를 위한 법령 마련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김귀숙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학교에 상담사가 있으면 학교 방어선이 한 단계 늘어나 학생들을 돌보는 시스템이 더 정교해질 수 있다. 법령이 마련되면 인력 확충 문제가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진로진학을 담당하는 진학 전담 교사의 경우 지난해 진로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며 올해까지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전문 교사가 배치됐다. 반면 학교 상담에 관한 법령은 발의는 됐지만 수혜자인 학생에 대한 배려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안경진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상담이 필요한 문제를 오랜 시간 방치하면 성장 단계에서 다른 인지 능력이나 발달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몸이 자라듯 마음도 자라는데, 마음의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우울감 등 정신적 문제가 지속된다. 학교 안에 상담 전문가가 있으면 아이들의 문제를 일찍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